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만성피로 → 교회 졸음 → 운전 공포 → 달리기 시작 → 임바님 영상 → 매일 달리기 결심 → 체중 감소 → 10km가 20km처럼 느껴지는 몸 → 이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기적
나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오랜 시간의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지냈다. 너무 피곤했다. 피곤이 몰려오는 낮1-2시가 되면 거의 죽을거 같이 피곤했다.
매일 10km 달리며 듣는 몸의 소리의 기적
나는 한때 졸음과 싸우며 살았다.
교회에서 함께 공부하는 시간, 점심 이후가 되면 눈꺼풀이 무너졌다. 버티려 했다. 옆 사람 눈치도 봤다. 그런데 몸은 내 의지를 비웃듯 자꾸만 가라앉았다. 창피함보다 무기력함이 더 컸다. 이게 내 몸의 기본값이구나 싶었다.
더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밴쿠버 집에서 공항까지, 손님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잡으면 졸음이 밀려왔다. 겁이 났다. 내가 지금 제대로 운전을 하고 있는 건지. 그 길이 두려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건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고.
만성피로였다. 늘 졸리고, 늘 무겁고, 늘 어딘가 방전된 채로 하루를 버티는 삶.
그게 불과 1년 8개월 전의 나였다.
달리기가 몸을 바꾸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처음 10km를 달리고 집에 돌아오면 어쩔 줄을 몰랐다. 온몸이 무거웠다.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10km가 그만큼 버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15km를 넘어서면서 체중이 줄었다. 몸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이것이었다. 지금은 20km를 달리고 집에 돌아와도, 예전에 10km 달렸을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덜 피곤하다. 몸이 완전히 다른 몸이 되어 있었다.
교회에서 졸음을 버티지 못하던 사람이, 20km를 달리고도 멀쩡히 하루를 살고 있다.
이걸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임바님의 말 한마디가 꽂혔다
- 아래는 러너 임바님의 영상 중 하나
유튜버 러너 임바님(러너 임바)의 영상을 보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마일리지 이야기, 그리고 이 한 마디.
매일 달리면 달리는 게 쉬워진다.
솔깃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말이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달리는 게 쉬워진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지금도 달리기가 좋아졌지만, 매일이라는 리듬 속에서 몸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BMO 밴쿠버 마라톤 이후, 내 삶에 두 가지를 데리고 오기로. 매일 10km 이상 달리기와 언덕 달리기. 이 두 가지를.
이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목표가 주는 설렘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게 있다.
이런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 자체.
만성피로로 운전이 겁났던 사람이, 매일 10km 달리기를 도전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언덕 달리기를 내 삶에 데리고 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1년 8개월 전의 나에게 이 말을 했다면, 아마 피식 웃었을 것이다.
나를 가장 먼저 걷게 만든건 일을 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온 아내였다.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었다. 그리고 단 1km 라도 걷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 1km 가 지금은 너무 짧은 거리인데 말이지, 그 때는 나에게는 지구 끝이라도 되는듯 힘들어 했다.
그래도 꾸준히 아내가 나를 끌고 나갔다. 물론 항상 성공한건 아니다. 어떤 날은 티격태격 말다툼으로 끝나고 나는 여전히 집에 있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3-5km 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아내를 회사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와서 차를 세우는데, 바람이 너무 좋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으로 들어가지 말고 바로 공원으로 가자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그 날부터 나의 걷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다른 하나는 Alltrail 이라는 앱을 지인이 사용하는걸 보고 나도 사용하면서 엄청 달라졌다. 이 앱을 사용하면서 나의 운동 데이타가 지도 상에도 표시가 되었다. 가끔 가던 공원의 루트도 파알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먼거리를 걷게 되었다.
캠밸 밸리라는 지역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걸었다. 이 공원이 아내 회사 근처여서 아내 출근 후 집으로 오지 않고 바로 이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이 앱을 사용하면서 기록이 남겨지는 것이 재밌었고, 내가 어떤 경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 다른 거리를 걷게 되는걸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숫자로 거리를 알게 되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이 때 걸은 시간이 4시간이 넘었다. 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나는 걷뛰를 하게 되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매일 달리면서 몸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숨이 가빠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발이 땅을 차는 감각이 가벼워지고, 20km를 달리고 나서도 하루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 소리들이 매일 나에게 말해준다.
너 달라지고 있어. 계속 가.
교회에서 졸음을 버티지 못하던 그 사람은 이제 없다. 공항 가는 길이 두렵던 그 사람도 이제 없다. 지금 여기, 매일 10km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게 나다.
그게 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