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세컨즈



다시 돌아간 10초
오늘 아침, 나는 달리다가 멈췄다.
정확하게는 — 멈추려다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갔다.
러닝화가 땅을 박차는 리듬 속에서 눈 끝으로 무언가가 걸렸다. 강이었다.
강 위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햇빛이 그 안개 사이로 흘러들고 있었다.
나무들은 실루엣이 되어 강 건너편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냥 달릴까.
한 발, 두 발. 계속 달렸다.
그런데 몇 미터를 더 가다가 발이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내 안의 무언가가 먼저 멈췄다.
이 장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그 생각 하나가 나를 되돌렸다.
처음 달린 길이었다
지인들에게 소개를 받고 처음 가보는 길이었어요. 낯선 길이지만 달리기 좋았고 원하는 만큼 충분히 길지는 않았지만 신호등의 방해가 없이 주욱 달릴 수 있는 길이서 좋았어요.
오늘 코스는 평소에 달리던 길이 아니었다. 뭔가에 이끌리듯 방향을 조금 틀었고, 처음 보는 길 위에 있었다. 낯선 길은 늘 약간의 긴장감을 준다. 어디서 꺾어야 하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발밑이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바로 그 낯선 길에서 이 풍경을 만났다.
만약 익숙한 코스를 달렸다면, 이 강가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오늘 아침 조금 늦게 나왔다면, 안개는 이미 걷혀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돌아가지 않았다면, 폰을 꺼내지 않았다면 — 이 장면은 그냥 흘러가버렸을 것이다.
미라클이란 거창한 데서 오지 않는다.
낯선 길 위에서, 예상치 못한 아침에, 문득 발을 멈추는 그 10초 안에 있다.
강 위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폰을 꺼내 셔터를 눌렀다.
강은 고요했다. 안개는 수면 바로 위에서 피어올랐는데, 마치 강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건너편 나무들은 그 안개 속에 반쯤 잠겨 있었고, 하늘은 구름과 햇빛이 뒤섞여 있었다.
세 장을 찍는 사이, 작은 배 한 척이 조용히 지나갔다. 배가 남긴 물결이 고요한 수면을 천천히 가르고 퍼져나갔다.
나는 그 파문을 한참 바라봤다.
어떤 것들은 그냥 지나쳐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순간은, 한 번 지나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게 이 장면인 것 같았다.
미라클 세컨즈
내가 이 블로그를 ‘미라클 세컨즈’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있다.
기적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몇 초면 충분하다. 아니, 몇 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 그냥 지나치느냐, 아니면 멈추느냐가 — 전부다.
오늘 아침 나는 돌아갔다.
달리기 페이스가 끊겼다. GPS 기록에 멈춤이 찍혔다. 몇십 초를 썼다.
그런데 그 멈춤이 오늘 아침 전체를 바꿨다.
폰을 열어 사진을 확인하는 지금, 나는 그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에 여전히 서 있는 것 같다. 차갑고 서늘한 아침 공기, 수면 위로 번지는 햇빛, 배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조용한 물결.
오늘 달리기가 가르쳐준 것
달리기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목표 페이스가 있고, 목표 거리가 있고, 오늘 소화해야 할 훈련량이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숫자 너머에, 때로는 그냥 멈춰야 할 이유가 생긴다.
나는 오늘 그 이유를 따랐다.
미라클 모닝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갔을 때, 세상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들릴 때 — 발을 멈추고, 몸을 돌리고, 그 순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아침 강은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돌아갔다.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미라클 세컨즈.


